다이빙 투어에 있어 ‘조건’의 법률적 의미 (2019년 11/12월호)

 

법률행위의 부관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오후에는 여전히 따듯하고 날이 맑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합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 정도는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구체적인 미래의 일들을 알 수는 없습니다. 법률행위란 법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장래 발생할 법률효과의 경우, 우리는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것이기에 일정한 제한을 둘 수 있고, 그 방법으로써 부가하는 약관을 법률행위의 부관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일상 대화 속에도 부관과 유사한 문장들이 많고(예를들면 가정법), 다이빙 투어의 예약 관련하여 조건을 두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AOW 50로그 이상이 될 것을 조건으로 투어 참가 신청 등). 부관은 법률행위의 당사자들이 예견 또는 예상될 수 있는 사정의 변경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제도로 기능하며, 대표적으로 조건과 기한이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법률행위의 부관 중 조건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조건
1. 의의와 정지조건, 해제조건
조건이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 법률 행위의 당사자는 조건을 부가함으로써 그 법률행위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내년 여름에 AOW 50로그 이상이 될 것을 조건으로 홍해 BDE 리브어보드를 예약할 수 있겠지요). 다만, 조건이 되는 사실은 발생할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한 장래의 사실이어야 합니다. 장래 반드시 실현되는 사실(예를 들어 2019. 12. 1.이 도래할 것)은 기한이지 조건이 되지 못합니다.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의존케 하는 것을 정지조건이라 하고, 법률행위 효력의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의존케 하는 것을 해제조건이라 하며, 이 두 가지가 가장 대표적인 조건입니다. 예를 들어 토지 위에 유치원이 철거될 것을 조건으로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는 정지조건입니다(대법원2002. 9. 27. 선고 2002다29152 판결). 위에 예를 든 AOW 50 로그 이상이 되지 않으면 패널티를 감수하고 승선하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홍해 BDE 리브어보드를 예약할 경우, 이는 해제조건입니다. 조건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다35766 판결).

 

2. 기타 조건들
선량한 풍속 기태 사회질서에 위반한 조건은 불법조건입니다. 불법조건이 붙은 경우에 그 조건만이 무효인 것이 아니라 그 법률행위 전부가 무효로 됩니다(민법 제151조 제1항). 조건이 법률행위 성립 당시 이미 발생한 경우는 기성조건입니다. 기성조건이 정지조건이면 조건 없는 법률행위가 되고, 해제조건이라면 그 법률행위가 무효입니다(민법제151조 제2항). 조건이 법률행위 성립 당시 이미 성취될 수 없는 것으로 객관적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불능조건입니다. 불능조건이 해제조건이면 조건 없는 법률행위가 되고, 정지조건이라면 그 법률행위는 무효입니다(민법 제151조 제3항).

 


3. 조건의 성취와 불성취, 그 의의와 효과
조건인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이 일어나는 것을 성취라 하고, 그 반대의 경우를 불성취라고 합니다.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경우에,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50조 제1항). 방해 행위는 고의에 기한 경우뿐만이 아니라 과실에 의한 경우를 포함하며, 작위에 한하지 않고 부작위라도 무방합니다(대법원 1990. 11. 13. 선고 88다카29290 판결). 또한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경우에,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것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50조 제2항). 위 홍해 BDE 리브어보드의 예에서, 투어예약을 받은 다이빙 강사의 과책으로 AOW 자격의 발급이 지연되는 경우, 해당 강사는 AOW 50로그에 미달하였다는 해제조건의 성취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조건성취의 효과는 원칙적으로 소급하지 않습니다. 즉 정지조건부 법률행위는 그 조건이 성취된 때부터 그 효력이 생기고(민법 제147조 제1항), 해제조건부 법률 행위는 그 조건이 성취된 때부터 그 효력을 잃습니다(동조 제2항).

 


마치며
조건부 법률행위의 당사자는 조건의 성부가 미정인 동안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생길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합니다(민법 제148조). 즉, 조건성취에 의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는 조건성취 여부가 미정인 상태에서도 일종의 기대권을 가지고, 민법은 이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장 오늘 밤의 일도 알 수가 없고, 내일 어떠한 일이 다가올지도 알 도리가 없습니다. 수많은 변수가 그 본질적 요소로 작용하는 다이빙은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많은 가정을 두고 알 수 없을 시간들을 마주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법적인 장치가 부관이고, 대표적인 것이 중 하나가 조건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부관인 기한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글/사진 민경호 변호사

 

 

 

글쓴날 : [19-11-16 15:28] 스쿠바다이버기자[diver@scuba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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